‘문재인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내년 봄 ‘벚꽃 대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성을 넘보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최근 촛불정국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지지율이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야권의 텃밭인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세론이 그대로 작동된다면 최종 선택되는 후보의 확장력이 심각한 위기일 수 있다”며 ‘문재인 대세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쳤지만 신자유주의 속에 불평등이 더 커졌다. 과거 정부를 계승하는 것만으로는 새 시대를 열 수 없다”는 말로 문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은 개헌 문제를 중심에 두고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앞서 “정권 교체에 성공하더라도 정치가 교체되지 않으면 또 실패한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문 전 대표가 개헌 논의에 동참해줄 것을 공개 촉구했다.
최근 야권 2위로 올라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작전상 후퇴’를 택한 모양새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을 향해 ‘한 우산을 같이 쓰자’는 말을 했다가 ‘비문연대’의 포석을 둔 것으로 풀이되면서 문 전 대표 지지자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는 곧 “내부 경쟁은 전쟁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진화에 나섰고, 17일 새벽엔 페이스북에 “처음 겪어보는 등 뒤에 내리 꽂히는 비수는 정말 아프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시장 쪽 관계자는 “팀플레이로 우리가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게 곡해돼 안타깝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은 1·2위 구도가 안착할 때까진 지지율을 유지·관리할 필요가 있기에 문 전 대표와 등져선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반면 박 시장 등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주자들은 당 안팎의 비문 세력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내놓아 반등을 꾀할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현재까진 ‘비문연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등 문 전 대표의 편에 서고 있지만 결국엔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가 가장 큰 숙제다. 안 지사 쪽 관계자는 “문재인의 호위무사,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냐는 말을 듣는 게 가장 아프다”며 “문 전 대표 개인을 위한 것보단 전체 경선판의 역동성을 위해 각 주자가 자신의 강점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