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북한이 먼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화두를 던지면서, ‘실질적 통일 기반 구축’을 새해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청와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특히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가 애초 예상보다 강도 높고 구체적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외교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북한의 속내 파악과 향후 정부의 대응 전략 등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의 신년사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신년사가 나온 당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정부 입장을 발표한 게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김 제1비서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들을 달았음에도 류길재 장관이 “의미있게 받아들인다”고 발언한 것이나, 정부가 공식입장을 통해 “전년도에 비해 남북관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고 언급한 것 역시, 김정은 비서의 발언을 비교적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런 반응의 배경에는 임기 절반의 반환점을 돌아야 할 집권 3년차에 어떤 방식으로든 남북관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구상을 강조하며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 등을 발표했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정부 출범 초기와 달라진 게 없는 답보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곧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 등으로 국정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새해 구상의 양대 축으로 제시한 ‘실질적 평화통일 기반 구축’과 ‘경제 살리기’ 중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도 결국 남북관계이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이달 중순께로 전망되는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때 좀더 대담하고 구체적인 대북 제안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쪽이 대화나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대북 비방 전단 살포 중지 등을 에둘러 요청한 것에 대해선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대화 모멘텀 유지 필요성은 인정한 것”이라면서도 “폭탄이 너무 많아 협의 과정에서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진환 이용인 기자 soulfat@hani.co.kr
청와대, 기대감 드러내며 긍정 평가
김정은 신년사 정상회담 언급
“북, 전년도 비해 구체적 입장 밝혀”
통일부 통해 당일 입장 발표
집권 3년차 성과 절박감 깔려
한미훈련·전단살포 언급엔 경계
석진환기자
- 수정 2015-01-01 20:10
- 등록 2015-01-01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