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알거든요. 임포스터로 사는 게 얼마나 불안한지, 딸 아이가 그렇게 살아갈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나부터 가면을 벗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7일 <육퇴한 밤>에서 만난 리사 손 교수(콜롬비아대학교 바너드칼리지 심리학)는 스스로 “임포스터(Impostor : 남을 사칭하는 사람·사기꾼)였다”고 고백한다. 임포스터 증후군은 남들이 생각하는만큼 자신이 뛰어나지 않으며, 자신이 주변을 속이며 산다고 믿는 증상을 뜻한다. 손 교수가 소개한 임포스터 증후군 현상은 다음과 같다.

그는 어린 시절 착한 딸이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자신의 초라한 실체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교수로 임용된 날에도 ‘능력보다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해 실패할까봐 두려웠고,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언제나 마음이 불안했다.
워킹맘으로 일도 육아도 잘 해내야 했던 손 교수는 어느 날, 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딸은 유치원에서 보내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지켜보던 손 교수 남편은 “숙제 내용을 이해 못 했으면, 내일 선생님께 물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손 교수의 딸은 “아빠, 이거 숙제야. 오늘 해서 내일 갖고 가야 한다”며 울먹였다. 평소 무리해서라도 뭐든 해내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 같았다. 자신부터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라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손 교수는 아이들이 부모 앞에서만큼은 ‘완벽’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먼저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는 ‘들키기’ 연습이 필요하다. 부모로서 부족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는 게 손 교수의 제안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임포스터>(21세기 북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