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했던 군인공제회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20일 군인공제회에 대해 기관운영 감사를 벌인 결과, 공제회가 시중금리보다 두 배나 높은 퇴직급여 지급이자율(6.1%)을 유지하기 위해 건설과 대체투자 등 위험성이 높은 자산에 집중 투자해 2010년 2428억원, 2011년 3536억원 등 수천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퇴직급여 적립 안정기금’이 2007년 8956억원에서 2011년 1717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시중금리가 급락할 땐 공제회도 지급이자율을 내려야 했지만 2009년 이후 3년이나 그대로 유지해 왔다. 이는 분명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제회의 한 자산운용 담당자는 ㄱ기업이 상장된 뒤 주식을 매각하라는 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ㄱ기업의 대표이사가 별도로 소유한 ㄴ기업에 주식을 판 대가로 1억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공제회가 입은 피해는 80여억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지급이자율을 시중금리 변동을 고려해 수시로 변경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으며, 군인공제회는 지난 4월 지급이자율을 5.4%로 낮췄다. 또 감사원은 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해 거액의 피해를 끼친 자산운용 담당자의 파면을 요구하고,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수사도 요청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군인공제회 퇴직금 더 챙기려다…
위험투자로 2년간 6천억 손실
기금 고갈땐 세금으로 메울판
길윤형기자
- 수정 2013-05-20 20:27
- 등록 2013-05-20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