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협력자인 중국 국적의 김아무개(61)씨가 위조 및 전달에 관여한 중국 공문서는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이 발급한 것으로 돼 있는 문서다. 이 문서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34)씨의 변호인이 낸 삼합변방검사참 발급 문서를 반박하려고 국정원·검찰이 지난해 12월20일 항소심 재판부에 낸 것이다. 최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이 문서와 변호인 쪽 문서를 감정한 결과 ‘도장이 동일하지 않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그런데 이 문서의 내용 또한 국정원·검찰의 입맛에 딱 맞게 꾸며져 있고,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국정원·검찰이 낸 문서에는 “(출입경기록의 착오 또는 누락에 대해) 변방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고, 설명할 권리도 없다. 대외적으로 어떠한 증빙자료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금하고 있다”고 돼 있다. 유씨의 변호인이 앞서 낸 문서가 ‘합법적으로 작성된 자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검찰이 낸 문서의 내용대로라면, 국정원·검찰이 낸 문서도 불법이 된다.
또 국정원·검찰이 낸 문서에는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 이 문서는 삼합변방검사참이 지난해 11월26일 유씨 변호인 쪽에 발급해준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다. ‘정황설명’의 주요 내용은 유씨가 2006년 5월27일 오전 11시16분께와 같은 해 6월10일 오후 3시17분께 북한에서 중국으로 연달아 들어왔다는 기록이 “시스템 판올림(업그레이드) 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한 틀린 기록”이라는 것이다. 전산 오류 때문에 없던 기록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에는 전산 오류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다. 앞뒤 맥락은 삭제한 채 “작업인의 입력 착오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만 썼다. 국정원·검찰의 주장과 일치한다.
국정원·검찰이 이 문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게 된 것은 앞서 낸 중국 공문서들의 공신력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정원·검찰은 먼저 지난해 9월26일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발급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냈고, 이 문서의 공신력이 의심받자 화룡시 공안국의 문서 발급 사실 확인서를 제출한다. 국정원·검찰은 이 확인서를 중국 주재 선양 총영사관이 화룡시로부터 팩스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서에 찍힌 팩스번호가 화룡시 공안국 번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이후 검찰은 다시 화룡시 공안국 팩스번호가 찍힌 문서를 제출했다. 유씨 쪽이 이런 국정원·검찰의 문서 내용과 정반대되는 삼합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을 제출하자, 국정원·검찰도 답변서를 받아 제출했다. 이 답변서가 위조됐을 개연성이 커지면서 앞서 제출한 2건의 공문서도 위조됐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