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타워입주상인비상대책위원회와 진보당 서울시당이 22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두산타워입주상인비상대책위원회와 진보당 서울시당이 22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두타몰 임차 상인 6인으로 구성된 두산타워입주상인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임대인인 주식회사 두산을 상대로 지난 10월16일 “두타몰 임대료를 50% 삭감해달라”는 ‘임대료 감액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사정 변동도 ‘차임증감청구권’(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경제사정 변동을 이유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9월29일 통과된 뒤 제기된 첫 소송이었다. 법 개정안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를 위한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는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두달이 넘은 현재 소송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22일 비대위와 진보당 서울시당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인들은 정부와 국회를 믿고 수백만원의 소송 비용까지 감수했는데 석달 가까이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매출은 95% 이상 급감했지만 한푼의 임대료도 삭감되지 않았다”며 “거리두기 상향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차임증감청구권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를 향해 자영업자 임대료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소송으로 번진 두타몰과 상인들 간 임대료 갈등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두타몰 상인들은 상인회를 조직해 지난 3월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집단휴업에 돌입했다. 두타몰은 상인회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올해 5월까지 임대료를 20~50% 감액했다. 문제는 6월부터였다. 두타몰이 6월부터 임대료 인하는 불가하다고 통보했고 이에 비대위가 인근 상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 문제를 제기했다. 가방 매장을 하는 지상인씨의 경우 매달 3.3㎥(1평)당 120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 비대위는 “두타몰이 임대료 감액을 청구하지 않은 상인들에게만 임대료를 감면(30% 감면, 20% 지급 유예)하는 조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건물 내 상가 배정 방식과 인테리어 비용 등 관리비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만 임대료 감면에서 배제됐다. 괘씸죄 말고는 해석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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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감면을 둘러싼 양쪽의 주장은 엇갈린다. 이정현 비대위원장은 “두타몰에서 임대료 감면을 제안한 적이 없지만, 감면 제안이 오면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두산 관계자는 “회사는 이미 비대위 소속 상인들에게 다른 상인과 동일한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반박했다.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양쪽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두산은 지난 4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원고들에게 임대료 감액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 기각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임대인 중심의 법과 제도만 유지되고 있다. ‘임대료 멈춤법’이든 정부 직접지원이든 두타 매장처럼 매출이 급락한 자영업자에겐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절박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